[음식점] 종로구 > 견지동 > 발우공양
사찰음식이 궁금해
조계사에서의 기도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밥은 뭘 먹을까 했는데, 어머니께서 문득 발우공양 가보자고 하시는 거다. 발우공양은 조계사 바로 앞에 있는 사찰음식점으로 어머니로부터 여러 번 들어서 익히 알고는 있었다. 물론 어머니께서도 가본 적은 없었지만 궁금해서 한 번 가보자고 하신 거다.
중간중간 메뉴 소개와 소감이 있겠지만 자세한 후기는 제일 마지막에 남기도록 하겠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선식'. 3만원 가격에 평일 점심에만 가능하다. 내부는 전부 룸으로 되어 있는데, 예약을 받는 듯했다. 우린 예약하진 않았지만 마침 방이 있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선식에서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음식은 죽과 오이지. 된장 베이스로 보리를 죽처럼 끓여낸 것 같았다. 간이 적당히 되어 있고, 보리의 식감이 살아있으며 된장 덕분에 구수한 토속적인 느낌이 난다.
이건 오이지인데 음... 우리 어머니께서 하신 게 훨씬 맛있다.
두 번째 메인으로 나온 건 갖가지 채소류와 쌀밥, 그리고 된장국. 상추 겉절이 같은 경우엔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맛을 냈다고 했다.
제일 맛있었던 반찬. 가지를 튀겨 시럽을 조금 끼얹은 것. 적당히 달고 바삭한 식감에 견과류의 고소함이 더해져 입에 맞았다.
김치류에도 당연히 젓갈은 들어가지 않았다.
후식 메뉴.
떡과 박하차. 박하차의 따뜻하면서도 시원함, 그리고 개운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사찰음식 발우공양, 어땠어?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였다. 인당 3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 비싼 메뉴를 시켰다면 만족도가 더 커졌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3만 원도 이 정도인데 5만 원 10만 원 이상으로 뛰는 가격에 반찬, 코스 가짓수만 늘어나는 거에 얼마나 더 만족할 수 있을는지는 물음표.
맛도 그렇다. 아무리 젓갈이나 고기의 기역자 근처에도 안 간 메뉴 구성이라도 개인적으론 어머니표 건강식이 훨씬 나았다. 된장도 마찬가지. 직접 된장을 담그시는데, 난 어머니 된장국이 더 맛있었고, 상추 겉절이도 이상한 냄새가 나던데 개인적으로 불호였다. '사찰음식이 다 그렇지 뭐'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다른 블로그 글들을 보니 맛있다, 좋다, 칭찬 일색이던데, 개인적으로 이 음식을 맛있다고 먹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자극적으로 먹느냐? 그것도 아니다. 매일 아침 토마토, 당근 등 각종 채소류를 쪄먹고, 고기는 많이 먹지도 않으며, 치킨, 피자는 정말 어쩌다 한 번 먹는 정도인 내가? 맵찔이에다가 간도 거의 안 해 먹는 내가?
사찰음식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 뿐이었다. 솔직히. 한 번은 경험 삼아 시도해봤고, 다음엔 당연히 갈 일도 없을 거고, 채식주의자가 메뉴 걱정한다고 하면 추천해 줄 순 있겠다. 그게 아니면 갈 사람들도 왠지 뜯어말릴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