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부모님 생신으로 간 곳은? 신라호텔 라연!
찍어둔 사진이 많아서 늦긴 했지만 후기를 남긴다.
어머니 생신이어서 한 달 전에 예약한 이곳은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
예약일이 평일이었기에 한 번에 성공했는데, 주말 예약이었다면 아마 한 달 전에 해도 힘들 것으로 추측한다. 그도 그럴 것이 1월에 전화를 걸었는데, 이미 2월 주말 예약이 다 찼다고 했었으니까. 그리고 코로나 시국(코시국)이라 테이블 간격도 신경이 쓰여 물어봤는데, 간격이 매우 넓다는 말에 안심할 수 있었다. 다만 룸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만약에 알았었다면 당연히 룸으로 예약했을 것 같다. 케이크 커팅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직원분이 매우 친절하고 정돈된 톤으로 전화를 받으셔서 기분이 좋았다.
화려함과 고풍스러움이 함께 있는 호텔 신라
생신일이 돼서 네 가족이 호텔 신라로 이동했다. 발렛파킹을 해주니 차를 맡기고 호텔 로비로 입성.
호텔 로비는 호텔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이 이 조명 장식이었다. 코시국이라 많은 사람들이 실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던데, 나 역시 그런 시기였어서 신라호텔의 조명 장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은은한 노란빛을 받아 아래로 축 늘어진 수 많은 스트링들이 마치 하늘에서 보석이 소나기마냥 쏟아지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장식 아래에서 기념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실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고풍스러웠다. 아무래도 나무 재질로 인테리어를 해서 그런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그러한 컨셉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 처음부터 이동하는 내내 그런 고풍스러우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갈 곳은 한식당, 라연이었기에 23층을 눌렀다.
23층에 도착하니 탁자에 화분이 층층이 놓여있었는데, 더 괜찮게 꾸밀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뭔가 아쉬웠다.
그리고 창 밖엔 호텔 신라의 영빈관도 보였고, 서울 경치를 볼 수 있었는데, 날씨까지 좋아서 기뻤다.
짧은 서울 경치 감상을 마치고 밥 먹으러 들어가는데,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시국이라 그런지 아무도 안 앉아있었고, 식당 요원이 이곳에서 예약 확인과 QR 체크를 도와주었다.
가족과 오붓하게 대접받고 싶다면? 신라호텔 라연으로
좌석 안내를 받았는데, 우리 가족은 4인이었음에도 6인까지 의자 배치가 가능해보일 정도로 큰 테이블이었다. 예약할 당시에 4명에서 5명으로 될 수도 있다고 미리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물론, 코시국이라 결국엔 4인으로 갔다. 2명의 요원이 우리 가족의 옷을 받아주었고, 자리에 앉자마자 샴페인 주문 여부를 물어보기에 무알콜로 선택했다.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앉은 자리 옆에는 남산 서울타워가 보였고, 날이 좋으니 더 돋보이는 것 같았다. 이것도 물론 예약 당시 미리 창가 자리로 잡아놓은 것이다.
라연의 런치 코스, 라연!
본격 메뉴 선정 타임. 메뉴판도 판이라도 표현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메뉴북이라고 해야 할 듯. 우리 가족은 199,000원의 라연 코스를 선택했고,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코스 안에서 '국내산 한우요리'와 '진지'였다. 갈비찜이 워낙 유명해서 갈비찜을 선택했고, 진지는 제철 솥밥으로 했다.
주문을 하고나니 이렇게 작은 소책자를 가져다주었는데, 음식을 먹으면서 내가 지금 뭘 먹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코스요리다 보니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했다.
주전부리라고 나온 것은 말린 대추와 연근이었다. 저게 양이 많아보이지만 먹다보면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손이 간다. 너무 달거나 짜지 않아서 생각없이 먹게되는데, 리필도 가능해서 어머니와 나는 한 번 더 추가해서 먹었다. 근데 코스요리를 끝까지 먹으려면 배가 부르니까 적당히 먹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양이 적으신 어머니는 중간에 내가 말렸다.
환영 음식으로 나온 밤스프이다. 밤을 갈아서 뿌린 건데, 우유도 함께 들어가 있어서 엄청 부드럽고 고소해서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낼 수 있다. 숟가락으로 깔끔하게 긁어먹어도 좋을 맛이다.
주전부리가 1번, 환영 음식이 2번이라 하면 세 번째 순서로 나온 것은 도미 냉채였다. 플레이팅은 예쁘긴 했는데, 맛이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대구 어죽이 네 번째로 나왔다. 죽이다 보니 아무래도 속도 편안했고 대구살도 통통하니 식감도 좋았다. 그런데 동치미는 어머니께서 해주신 게 더 맛있었다.
난 도대체 이게 무슨 음식인지는 모르겠고, 먹어보기는 했던가 싶은 메뉴였는데 솔직히 가장 인상적이었고, 제일 기억에 남는다. 가거도 해삼초! 새콤달콤하면서도 간이 아주 내 입에 알맞아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먹어본 적이 없는 재료임에도 거부감 없이 잘 먹었다. 이건 다시 먹어보고 싶다.
대망의 메인 메뉴인 갈비찜이 여섯 번째 메뉴로 등장! 라연에 가기 전에 나름대로 검색을 해봤는데, 다들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며 칭찬일색이었다. 내가 본 리뷰만 종합해보면 국내산 한우 요리 중에서 갈비찜이 선호도 1위였기에 나도 안전하게 갈비찜을 선택했다. 그런데 큰 기대를 안고 한 입 먹었는데, 역시나 추천을 받을 만 했던 것 같다. 이미 강력 추천을 받고 시킨 메뉴라서 기대 이상이라고 하면 좀 과장인 것 같다. 하지만 실망했다는 게 아니라 정말 딱 기대했던 만큼 그 느낌을 충족시켜준 게 사실이다. 고기가 어쩌면 그렇게 부드러울 수 있는지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솔직히 소스에 밥 비벼서 같이 먹으면 밥도둑일 것 같은데 코스대로 따로 먹어야 하는 게 좀 아쉬웠다.
등심구이는 가족이 시킨 메뉴였는데, 나도 한 입 먹어보았다. 난 갈비찜을 줌! 서로 교환! 등심구이 역시 갈비찜 못지 않게 맛있었는데, 고기 매니아들이 느끼기엔 어떨지 모르겠다. 사실 마음 한 켠엔 등심구이도 시키고 싶었는데, 다음에 혹시라도 온다면? 등심구이 먹을 것 같다. 그 정도로 맛있었다.
일곱 번째는 제철솥밥. 2월이었는데, 굴솥밥이 나왔다. 이 메뉴는 한 마디로 쏘쏘. 사실 이 메뉴가 좀 실망스러웠던 건 우리집이 워낙에 한식 위주로 먹는 가족이기 때문일 건데, 물론 간이야 양념장으로 맞추면 되었지만 많이 평범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솥밥을 엄청나게 맛있게 하는 것도 어렵겠지. 하지만 밥만 그랬던 건 아니고 된장국도 내 입에는 그다지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메뉴 또한 제철솥밥인데 가족이 선택한 전복해초비빔밥. 이 역시 돌솥에 나왔는데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사진 찍어놓은 걸 받아서 올려본다.
여덟 번째는 제철과일숙과 얼음과자이다. 딸기와 셔벗인데, 입 안을 정리하기에 너무 기분 좋은 맛이었다. 어머니 생신이었기 때문에 어머니 접시엔 Happy Birthday라는 초콜릿도 올라가 있었다. 예약 때 말씀드린 거였는데, 그걸 받아 적었나보다. 센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다과이다. 떡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것이 약간의 미스였지만 맛은 무난했던 것 같다.
이렇게 런치 코스인 '라연'은 끝!
신라호텔은 화장실도 특급이네?!
식사 후 집으로 이동하기 전에 미리 화장실에 들렀다. 식당이든 호텔이든 그 어디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화장실인데, 신라호텔은 당연히 좋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이럴 줄은 몰랐다. 사진엔 없지만 창 밖에 영빈관과 서울 경치가 보이는 건 구조상의 우연한 이점이라 쳐도 핸드 타올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손을 씻고 타월로 손을 닦은 후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타올 통에 넣으면 된다. Used Towel이라고 쓰여 있다. 통도 너무 귀여우면서도 세련된 것 같았다.
신라호텔의 멋진? 화장실을 뒤로하고 파킹된 차량을 기다리며 로비의 멋진 조명을 멀리서 찍어두었다. 가까이에서 보는 그 화려함도 좋았지만 멀리서 볼 때 조명 디자인 그 자체의 독특함도 좋았다.
신라호텔의 라연, 추천할까?
미슐랭 3스타인 라연, 한식당이니만큼 한식을 주로 먹는 사람들에게는 엄청 강추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외식을 해도 한식만 먹겠다는 사람이고, 가끔은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추천. 미슐랭 3스타인만큼 퀄리티가 좋은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한식을 자주 먹는 사람이라면 맛에 엄청난 기대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미슐랭 여부를 떠나 한식당도 특화된 곳이 많으니까.
그리고 시설이나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한 번쯤은 경험해볼만 한 것 같다. 사실 딱히 뭘 요구한 것도 없어서 나쁜 평을 할 것도 없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손님을 대하는 태도라든지 메뉴 관련 숙지도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참 괜찮았다.
본인이나 동행자의 취향이나 경험여부에 따라 정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주말 예약은 미리하는 것도 잊지 말고. 이상 호텔 신라의 한식당, 라연의 리뷰를 마친다.